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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 관련 주식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걸 보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저도 한때 유망 기술주에 원금을 전부 쏟아부었다가 하락장을 고스란히 맞으며 밑바닥 근처에서 손절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뼈아픈 기억 때문인지, AI 버블 논쟁을 그냥 흘려듣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시장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제 시행착오를 섞어 정리해봤습니다.
버블 진단 지금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버블 진행률을 수치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AI 관련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입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IT 투자 비중이 4.3%였던 점과 비교하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출처: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RED). 신규 IPO 비중은 아직 19% 수준으로 과열이라 보기 어렵지만,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대형 AI 기업이 본격적으로 상장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라는 개념이 도움이 됩니다. 하이프 사이클이란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기대감이 정점을 찍은 뒤 환멸 구간을 거쳐 조용히 실생활에 안착하는 패턴을 말합니다. 철도, 인터넷, 그리고 지금의 AI가 모두 이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마진 대출 잔고와 회사채 발행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가 현재 동결 상태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레버리지(Leverage) 즉 빌린 돈으로 자산을 사는 행위가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 연쇄 매도가 촉발되는데, 지금은 그 방아쇠가 완전히 당겨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단, 이 몇 가지 지표만으로 "버블 진행률 75%"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를 제시하는 건 또 다른 예측의 오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표는 방향을 읽는 도구이지, 타이밍을 재는 시계가 아닙니다.
역사 비교 철도 버블과 닷컴 버블이 남긴 숫자들
1840년대 영국 철도 버블은 3년간 주가가 100% 상승한 뒤 7년에 걸쳐 70%가 빠졌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은 더 가팔랐습니다. 4년 반 만에 나스닥이 718% 오른 뒤 83%가 증발했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무려 13년이 걸렸습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38% 하락, 회복 4년)나 S&P 500(49% 하락, 회복 5년)과 비교하면 나스닥의 낙폭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실감이 납니다(출처: Yahoo Finance 역사 데이터).
역사적 사례를 AI 버블에 그대로 대입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한 발 물러서고 싶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적자 기업이 난립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빅테크는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 —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고 남긴 실제 현금 — 을 바탕으로 AI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털(Fundamental)의 질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2000년의 닷컴 기업들은 '돈 벌 계획'만 있었고, 지금의 빅테크는 '실제로 돈을 벌면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하락장의 공포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옵니다. 매일 계좌 잔고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이건 실적이 탄탄하니 괜찮아"라는 이성적 판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저는 손절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자산군별 하락 폭과 회복 기간
- 나스닥 100: 최대 -83%, 전고점 회복까지 약 13년
- S&P 500: 최대 -49%, 전고점 회복까지 약 5년
- 다우존스: 최대 -38%, 전고점 회복까지 약 4년
- 나스닥+리츠 혼합 포트폴리오: 같은 기간 원금 회복에 단 1개월 소요
- 나스닥+장기채 혼합 포트폴리오: 같은 기간 원금 회복에 약 7개월 소요
자산 배분 버블을 피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전략
시장을 잠깐만 벗어나도 수익률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 아십니까. 역사적으로 가장 수익이 큰 상승일 열흘만 놓쳐도 장기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그 최고의 상승일이 대부분 큰 하락 직후 반등하는 시점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즉, 공포에 현금화한 사람은 반등의 핵심 구간도 통째로 놓치게 됩니다. 저도 손절 직후 시장이 거짓말처럼 반등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때의 허탈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대신 포트폴리오 내 방어 자산의 비중을 미리 설계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리츠(REITs)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형태의 자산으로, 주식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이 폭락하는 동안 보합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워렌 버핏이나 스탠리 드루켄밀러 같은 투자 대가들이 DR 호튼 같은 리츠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헤지(Hedge)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헤지란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함께 보유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장기채(Long-term Treasury Bond) 역시 전통적으로 위기 때 가격이 오르는 자산으로 꼽혀왔습니다. 다만 레이 달리오가 지적하듯, 미국 부채 증가와 일본·중국 등 주요 보유국들의 미국채 매도세로 인해 최근 장기채는 과거만큼 안정적인 방어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의 장기채 바이백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재차 상승한 것은 신뢰 부족의 신호로 읽힙니다. 이 점에서 장기채를 과거와 똑같이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저는 봅니다.
저는 현재 현금 비중을 5~20% 사이에서 유지하되, 사용 시기를 기준으로 자금을 나누는 방식을 검토 중입니다. 1년 이내에 쓸 돈은 원화로 두고, 3년 이내 자금은 달러 단기채로, 5년 이상 장기 자금은 나스닥과 리츠를 혼합해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멘탈을 지켜줄 구조를 사전에 설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제 경험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버블이 실제로 터지면 나스닥은 얼마나 떨어질 수 있나요?
A.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은 고점 대비 83% 하락했습니다. 현재 AI를 이끄는 빅테크는 실제 수익을 내고 있어 그 수준까지 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상승 폭이 클수록 조정 폭도 커지는 경향이 있어, 50% 이상의 하락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Q. 지금 나스닥을 전부 팔고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게 안전한 거 아닌가요?
A. 시장 최고의 상승일 열흘만 놓쳐도 장기 수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공포에 전부 팔았다가 반등 초입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저도 실제로 그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전액 현금화보다는 방어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로 시장에 남아 있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리츠가 버블 방어에 좋다고 하는데, 지금 고금리 상황에서도 괜찮은가요?
A. 리츠는 고금리 환경에서 가격이 눌리는 경향이 있어 과거만큼 완벽한 방어 자산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도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특성은 여전히 유효하고, 닷컴 버블 당시 DR 호튼 같은 리츠 종목이 나스닥 폭락 구간에서 우상향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전략적 비중 조절 수단으로 소량 편입하는 접근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Q. 적립식으로 나스닥 ETF를 꾸준히 사고 있는데 버블 대비가 따로 필요한가요?
A. 적립식 투자는 목돈 일시 투자보다 원금 회복 기간이 빠른 편입니다. 닷컴 버블 수준의 폭락이 와도 원금 회복에 5년이 아닌 2년 안팎이 걸린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다만 하락 구간에서 심리적 충격이 커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달 들어오는 현금 일부를 리츠나 단기채로 분산해두면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결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니 "AI가 닷컴과 다르다"는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자기 위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빅테크의 펀더멘털이 탄탄한 건 사실이지만, 시장이 이미 10년치 성장을 선반영하고 있다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순간 조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 모든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버블 붕괴 시점을 맞히는 게 아닙니다. 공포가 왔을 때 손절하지 않아도 될 만큼 포트폴리오를 미리 설계해두는 일입니다. IPO 동향과 기준금리 방향을 주시하면서, 지금부터라도 리츠나 단기채 비중을 조금씩 확보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다음 행동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